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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너머서] 8탄 “하나 그리고 둘” 상영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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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beyondit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432회 작성일 08-09-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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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너머서 8탄  “하나 그리고 둘”

  
                                                                                                             - 배 경 미-


 영화 속 잿빛 도시에선 누구나 외롭습니다. 함께 있으되 할 말을 찾지 못해서 침묵하게 되고, 그 때문에 분주히 움직여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유도 모른 채 허둥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인식에 닿으면 불안이라는 공포까지 엄습해오는 이것은, 비단 영화에서 뿐 아니라 아마도 지금을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바로 우리의 모습은 아닐런지요. 

 필름너머서 8탄 <하나 그리고 둘>은 “삶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모토로 대만 뉴웨이브를 이끈 ‘에드워드 양’ 감독의 2000년 작품입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현대 도시의  화려한 도시 외관의 시멘트 벽 너머, 자기 앞에 주어진 삶의 버거움을 감춘 채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도시 속 인생들의, 자기의 존재와 삶의 의미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는 외로운 영혼들의 모습을 담담히 그리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그는 유작을 예고라도 한 듯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허황되고 야물지 못한 처남의 어색하고 시끌벅적한 결혼식으로부터 시작 되어 장모의 차분한 장례식으로 마무리 되는 영화는, 그러나 큰 축은 작은 회사의 대표인 주인공 NJ의 위태한 현실과 옛 연인과의 만남과 헤어짐입니다. 자칫 불륜과 일탈까지 상상하게 될 상황이지만 오히려 그 사이사이를 오가며 가족 구성원과 주변 인물들의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에서의 심리들을 아주 세밀하면서도 깊이 있고 일관성 있게 그리고 있는데요, 덕분에 각 세대의 아픔과 방황에서부터 도시와 현대 산업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방대할 정도로 그러나 거부감 없이 차분히 들추어지고, 그 도시 속 공간과 인물들의 느린 몸짓에서는 더욱 현실감 있게  바로 우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영화 초반 결혼 피로연장 엘리베이터에서 주인공 NJ의 첫 사랑 쉐리와의  우연한 만남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장모님이 쓰려져 병원에 옮겨졌다는 급박한 상황은 가족들의 일상에 큰 변화를 예고하지요. 

 의사로부터 무의식 상태인 환자의 치유법으로 따뜻한 대화를 권고 받은 가족들, 시도는 해보지만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결국 서로에게 무심했음을 되돌아보며 자책하는 가족들, 그 고통을 못이긴 NJ의 부인은 절로 수행을 하러 떠나버립니다. 그 와중에 NJ의 동업자들과의 사업은 위태롭게 되고, 딸 팅팅은 새로운 이웃친구인 리리의 남자친구와 혼란스런 사랑에 빠지고, 철부지 어린 아들 양양은 원만치 못한 학교생활 중에서도 알 수 없는 첫 사랑의 야릇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렇게 그들의 일상은 계속 됩니다.  

 특히 중년의 지독한 고독을 절절히 보여주고 있는 NJ, 그의 잔잔한 몸짓, 무심한 듯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눈빛, 거의 음악적 배경이 없는 영화의 분위기는 오히려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자칫 지루할 수 있지만 감독의 의도인 느린 여백의 힘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그런 그가 잠시 옛 연인 쉐리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는 군요.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녀 욕망의 버거움을 피해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그가 비록 출장을 겸하긴 했어도 일본으로 그녀를 만나러 갑니다. 그러나 오랜 만의 해후에서 조차도 그는 그녀의 회한 섞인 감정의 교차와는 달리 담담하기만 합니다. 어찌보면 그런 그의 모습은 모든 것을 놓아버린 인생의 고독한 패배자나 순응자 같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의 일본행은 대표인 그를 따돌리면서까지 얄팍한 수를 쓰려는 동료들의 농락을 어느 정도는 짐작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묵묵히 게임개발자 ‘오오타’를 만나 사업보다는 인생을 , 또 옛 연인을 만나서는 역시 서로가 결코 변할 수 없고,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NJ의 모든 행동은 오히려 자본주의적 가치에 대해 정면 도전하는, 어쩌면 속물적이고 냉혹한 현실을 인간주의적인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으로까지 보여 집니다. 그의 그 쓸쓸하지만 조용한 몸짓은 아직도 도덕과 양심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 지점에서 다소 어패가 있고 낭만적인 영화읽기가 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현실적이라고 자처하던 얄팍한 동료들의 실패는 당연한 것이 되고, 또 옛 연인 쉐리도 그들의 한계를 인정하고 미련 없이 떠나게 되지요.  

게다가 옛 연인 쉐리와의 시간과 이제 막 설익은 떫은 사랑에 눈뜨는 아들 녀석, 막 피어나는 꽃봉오리 같이 예쁜 딸의 쓰디쓴 사랑의 상처의 시간들, 이 각각이 교차하며 각 세대의 삶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여행지의 어느 바닷가에서 깊은 상념의 시간을 보내는 NJ에게 정면으로 들이치는 파도, 그 파도를 묵묵히 맞는 NJ. 그 파도는 우리의 일상에서 막아 낼 수가 없는 인생의 잔인함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그 파도는 계속 될 것이고 결국 삶이란 고통의 연속이라는 것이겠지요. 그럼에도 그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고독, 그 고독의 시간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은, 삶을 조용히 묵상하는 그의 몸짓에서 마치 그것조차도 우리 삶의 일부분임을, 그래서 단호함으로 그 삶에 맞서야한다는 것을 밀하고 있는 듯합니다.    

모든 것을 단호히 내려놓은 NJ는 이제 장모의 장례식장에 섰습니다. 생전에 못한 이야기를 일기로 대신하고 있는 천진하고 자유로운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엔 더 이상 진한 고독은 없습니다. 대신 그의 일상이 지금과 같이 앞으로도 고만 고만하게 계속 될 것이라는 듯 일상의 평범한 중년의 얼굴로, 비록 앞으로도 변화가 있을 지라도 담담히 겪어낼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으로 조용히 가족 옆에 있습니다. 삶에 대한 애도를 잔잔하게 희망으로 바꾸면서.....

멀티플렉스에서 상영 되는 대부분의 영화가 관객을 감정의 극한까지 끌고가 준비 된 카타르시스에 휘둘려 88열차를 탄 아찔한 기분으로 극장문을 나서게 된다면, 이 번 필름너머서 8탄 < 하나 그리고 둘>에서는 오랜만에 인간의 따뜻함과 신뢰는 아직도 유효하고 앞으로도 유효할 것임을 충만히 느끼며 자리를 일어섰습니다.  “좋은 영화는 사람을 실제보다 더 살게 한다”라고 말했던 감독의 주장이 거짓이 아님을 획인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상영시간 174분, 거의 세 시간의 긴 영화인지라 <필름너머서>와 같은 작은 상영회에서 가능할지 살짝 고민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혼란스럽고 부산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긴 호흡의 잔잔한 영화를 접하면서 자신과의 진정한 대화를 시도해 볼 수 있다면, 어쩌면 우리의 현실을 관조할 힘이 생기지 않을까 위로했지요. 다행히도 함께 하신 분들이 혹 빈 말이었을망정 좋았다고 하니 참말 고마운 일입니다. 

드디어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고 합니다.  그동안 촛불 든 숱한 외침에 응답해 몇 걸음으로 광장으로 나올 수 있었던 그가 일방적일 수 밖에 없는 매체인 TV화면에서 국민을 만난다고 합니다.  부디 작은 바람은 취임 7개월도 안되어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국민들 앞에 서기 전,  숲 좋은 청와대 뒷길에서 혼자만의 조용하고 고독한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사색의 시간에는 파란 하늘 한번 우러르고 묵묵히 역사를 지켜온 나무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볼 일입니다. 그래서 마음 속 깊은 곳 정언에 솔직해 진 그가 TV앞에 선다면, 최소한 국민의 마음에 입은 그동안의 상처에 덫은 놓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필름너머서에서는 예쁜 승설향 양과 멋쟁이 장문혁군, 그리고 단아한 박형진씨, 먼 곳에서 오신 고영미씨, 늘 필름너머서 지지해주시는 박귀정, 선생님, 그리고 우리 너머서 사무국식구들이 함께 했습니다. 늘 좋은 분들과 필름너머서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이 영화는 10월 6일 여성사 박물관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의 요청으로 다시 한 번 상영됩니다. 혹 시간이 되시는 분은 오셔요. 반갑게 뵙겠습니다.


필름너머서 9탄                                                      

제목 : 씨인사이드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출연 : 하비에르 바르뎀, 벨렌루에다,  롤라두에냐스 , 마벨 디베라
제작국 :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상영 시간 : 125분
줄거리 : "죽음은 내게 주어진 마지막 자유였다.”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다 전신마비가 된 라몬 삼페드로, 비록  전신마비이지만, 가족들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침대에 누워서 입으로 펜을 잡고 글을 쓰며, 이성적이고 지적인 내면을 유지하고 키워온다. 이미 현자와 같아진 그, 그러나 그의 한사코 변하지 않는 소망은 안락사로 존엄하게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자유를 얻는 것이다. 오히려 그를 위로하러온 자들을 위로하고 인간에 대한 진정한 존엄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그와의 만남을 통해 삶에 대한 존엄과 진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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