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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수련회+평화걸음] 실상사(實相寺) 유감(有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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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beyondit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923회 작성일 08-09-1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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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實相寺) 유감(有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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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병 주

  주일의 일과를 금요일 오전에 마무리 짓느라 이번 주는 월요일 아침부터 몸과 마음이 바쁘다. 금요일 오후부터는 너머서 회원수련회 겸 평화걸음이 있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집을 떠나려면 왜 이리 할 일이 많은지... 교수님 면담, 강의, 스터디 모임, 수퍼비전, 상담, 공과금 납부, 청소, 빨래, 강아지 목욕까지... 다행히도 수요일에 먼저 수학여행을 떠난 아들 덕분에 시간을 많이 벌었다. 

  오늘도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건만, 결국 내일 집에 돌아 올 아들과 집에 남아 있는 남편이 먹을거리는 부실하게 남게 둔 채로 짐을 챙겨 떠난다. ‘휴우~~’ 아줌마의 집 떠나기는 언제나 부산하다. ‘설마 한 이틀 잘 못 먹는다고 무슨 큰 일이... ’ 미안한 마음을 그렇게 덮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대방동으로 향한다.    

  15인승 봉고에 15명이 타고, 감자, 라면상자에 간식거리, 물 등 먹을거리도 가득 채우고 길을 떠난다. 차는 무겁지만 하늘은 맑고 마음은 가볍다. 처음 보는 분들과도 오래 사귄 사람들처럼 먹을 것을 나누고 떠들고 웃고... 벌써부터 행복하다. 부모님이 보내주신 옥수수를 손수 쪄 오신 선생님들, 파주에서 오신 선생님들께서는 토마토 쨈과 아이비 과자로 우리를 한껏 즐겁게 해 주시곤, 휴게소에서는 잡곡밥에 나물볶음, 곤드레 김치 등 처음 먹어 보는 귀한 음식들을 내어 놓으신다. 여기에 센스 있는 어느 선생님은 볶음 김치를 넣은 김밥과 막걸리를 내 놓으신다. 우리는 모두 감탄사를 연발하며 먹는 재미에 푹 빠진다. 

  부지런히 달려주신 김종남 선생님 덕분에 안전하게 실상사에 도착하니 밤 11시. 먼저 도착한 선생님들은 주차장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서 별을 보고 있다. 서둘러 짐을 내리고 별바라기에 동참한다. 머리를 땅에 대고 눕는 순간 ‘아~~!!!’ 말을 잊는다. 바닥에 누워 별을 보는 게 이리도 감흥이 다를 수 있는지. 자연과 몸이 가까워질수록 자연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주는가 보다. 은하수를 바라보며 두런두런 얘기를 하는 사이 ‘앗!!!’ 별똥별이 떨어진다. ‘어라? 배경미 선생님께서 미리 준비해 두라 귀띔해 주셨던 소원을 못 빌었네. 소원을 못 빌었으면 어떠랴. 여기 지금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충만한 것을.’ 

  함께 간 성옥언니와 내가 머무는 방은 ‘인욕’방. 작고 소박한 방이 말해주 듯 여기 머무는 동안 나의 욕심으로 인해 생기는 많은 괴로움들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갈 수 있기를 바라며 잠을 청한다. 

  아침 공양을 마치고 산책에 나선다. 어제는 어두워서 볼 수 없었던 실상사가 보드라운 아침햇살을 받으며 눈에 들어온다. 함께 산책 나온 선생님들과 연꽃잎으로 이슬을 굴리며 노는 사이 모두 어린아이가 된 것 같다. 실상사라고 한글로 된 입구의 현판과, 경내의 보광전, 양쪽에 마주보며 서 있는 3층 석탑, 돌사다리가 있는 석등은 모두 소박하고 친근감을 준다. 보광전과 명부전 사이에는 가지를 부채처럼 펼친 아름다운 소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소나무의 매력에 이끌려 가만히 다가가 가지를 품에 안아 본다.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마음이 맑아진다. 

  새벽에 도착한 분들을 포함하여 25명의 선생님들과 둘러앉아 이번 여행의 기대를 나누며 인사를 한다. 모두들 벌써 친구가 된 것 같아 즐겁다. 실상사의 유래와 유적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듣고 점심 공양 후, 기대하고 고대하던 지리산 숲길 걸음에 나선다. 숲길을 소개하러 오신 선생님은 자연을 닮아 있다. 숲길을 복원하고자 애쓰셨던 분들, 그 분들의 정성들이 배어 있는 이 길을 걷는 것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우리는 담소를 나누며 혹은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평화롭게 걷는다. 예정 코스를 반 정도 마쳤을 때, 어제까지 집 떠나느라 무리했던 탓인지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양해를 구하고 몇 몇 선생님들과 실상사로 돌아온다. 실상사 주변의 토산품 가게와 갖가지 나물거리, 약재, 꿀 등을 파는 좌판을 둘러본다. 고즈넉한 모습의 마을을 닮아 있는 어르신들과 물건 흥정을 하며 이 고장의 정취를 느낀다. 경내에 들어와 국화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 방으로 들어와 낮잠을 청한다. 숲길을 걷고 난 후, 노곤한 기분을 느끼며 빠져드는 절에서의 낮잠은 달콤하기 그지없다. 

  저녁공양을 마치고 경내를 산책한다. 노랗고 붉은 저녁햇살과 어슴푸레 내려오는 어둠이 만난 경내의 모습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겸손해 지는 것 같다. 어두워지자 실상사 근처 식당에 모여 도토리묵과 파전, 막걸리를 앞에 놓고 담소를 나누고 돌아와, 우리는 또 다시 주차장에 돗자리를 편다. 은하수를 마음에 담아 가고 싶어서  하늘을 보고 복습을 한다. 

  마지막 날 아침에는 원두막에 둘러 앉아 찐 감자와 과일 등으로 아침식사를 하며 여행을 마무리 하는 시간을 갖는다. 뒤 늦게 참석한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먹거리를 준비해 주신 선생님들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한 사람 한 사람 여행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이 시간이 고맙고 소중하다. 평가를 마친 후 승용차로 온 사람들은 길이 막힐 것을 우려하여 먼저 떠나고, 봉고차로 갈 팀은 남아서 여유시간을 즐긴다.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에 또 다시 경내를 둘러본다. 어제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들어가 보지 못 했던, 염라대왕이 계신 명부전에 용기를 내어 들어간다. 엄마, 아버지, 큰 언니, 둘째 오빠, 그리고 시아버님,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절을 올린다. 일본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스님들과 백성들이 철을 모아 만들었다는, 듬직하고 인자하신 약사전의 약사여래 부처님께도 호흡을 가다듬고 절을 올린다. 수차례 절을 올리며 마음을 비우고자 호흡에 집중해 본다. 

  점심 공양을 마치고, 언젠가 다시 한번 오겠다는 마음을 먹고 봉고차에 오른다. 돌아오는 길엔 인원이 줄어 12명이 차에 오른다. 먹을거리도 줄어 차 안이 넉넉하다. 실상사를 뒤로 한 봉고차는 엄청강을 왼편에 끼고 서울로 향한다. 이번 여름에 비가 적게 내려서 강이 말라있다. 어서 가뭄이 해갈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내려오던 날처럼 하늘이 맑다. 멀리보이는 지리산 등성이가 신비롭다. 이곳에 머무는 3일 동안, 자연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조금은 더 배운 것 같다. 일일이 다 이름을 열거할 수는 없지만, 여행 내내 여러 분들과 마음을 터놓고 얘기했던 기억들이 소중하다. 뜨거웠던 8월의 마지막 날들을 천년고찰 실상사에서, 많은 분들의 정성과 배려로 지내고 나니, 올 여름은 어떤 여름 보다 멋지게 지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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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서가 다닌 숲길은 [추성마을~금계마을] [대동마을~상황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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