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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너머서] 제7탄 "엘리펀트"를 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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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beyondit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11회 작성일 08-08-1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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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너머서 7탄 “엘리펀트” 
  
                                            
                                                                                                              글_배경미


 “잘은 모르겠어요, 콜럼바인이라는 미국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사건은 제가 너무 어렸을 때 일어난 일이기도하고, .. 그러나 문제가 뭐에 있을까 생각해보면, 일을 저지른 그 아이들이 잘못이라고만 단정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물론 마이클 무어는 <볼링포 콜롬바인>에서  미국의 총기 허용이 문제라고도 했고,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기독교계라서 그런지 <마릴린맨슨>의 폭력적 록 음악이 영향을 주었을 거라고 하지만, 아이들이 저지른 일을 이념이나 제도적인 것에 맞추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
방학이어서 “필름너머서“를 함께 할 수 있었던 우리의 똘똘한 10대 소녀 송석진 회원의 영화평이다. 이제 고1인 석진은 잘은 모른다고 난감해 하면서도, 어찌보면 감독의 의도를 가장 정확히 말하고 있었다. 그들의 행위에 이것 저것 이유를 대지마라. 다만 그들의 잠재된 불안감과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세계를 묵상하고 성찰해보라. 이것이 감독의 메시지다.

 이번 ‘필름너머서“ 7탄이 선택한 영화 <엘리펀트>는 1999년 미국 사회 뿐 아니라 전세계에 충격을 준 콜로라도주의 콜롭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고교생 총기 난사사건을 소재로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생각할 때 함부로 얘기 할 수 없는 윤리적 부분을 영화로 접근하기에 결코 만만치 않지만, 그럼에도 마이클 무어는 이미 다큐멘터리 <볼링포 콜롬바인>을 통해  이 사건을 필름으로 옮겨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고교생 총기 사건의 원인을 미국의 총기 허용이라는 제도에 있다고 보고,  정치가들과 무기생산자들의 거대한 산업적 음모와 대중들의 공포와 불안을 상업적,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미국 사회의 지배 구조에 눈을 돌린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스피디한 구성과 입담이 흥미롭게 이어지는 이 이 영화에서 마이클 무어는 원주민과 흑인 노예들에 대한 폭력에서 시작했던 미국 역사의 원죄까지 상기시키고 있다.  

반면 이 사건을 실재와 허구로 뒤섞어 극영화를 내놓은 구스 반 산트는 온 세상이 떠들어대는 이 사건의 원인과 이유의 분분함을 <엘리펀트-코끼리 >라는 상징적인 제목에 압축시킨다, 우리가 이 사건의 본질을 알려고 노력하는 행위는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으며 그 형상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도대체 이 평범한 하늘아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오랜 시간 하늘을 비추며 그 하늘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즉, 흥분하기보다 고요한 명상 속에서 이 비극적인 사건의 의미를 더듬어 보자는 것이다.
가해학생이든, 피해 학생이든, 그날 하루 동안  등장 인물들의 지극히 평범한 몸짓을, 심지어 몇 분씩 뒷 모습만을  천천히 보여주는 결코 익숙하지 않은 접근을 통해 오히려 사건의 본질과 의미를 더 깊고 오래 지속시키며 잠시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한다.
그리고 비로소 시선을 자신에게로 옮겨 찬찬히 주변을 돌아볼 기회를 준다.  마치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처럼....

다시 한 번 덧 붙이는 말이지만, 영화 <엘리펀트>는 에릭과 알렉스라는 두 명의 10대가 왜 이 평화롭고 말끔한  미국 소도시의 고등학교 교정에서 무감하고 냉정한 표정으로 총을 쏘아댔는지를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왜,베토벤의 월광을 치던 10대 소년들이 택배로 구입한 총기를 담담하게 차에 싣고 학교를 향했는지, 그들의 분노는, 냉소는, 무감함은 무엇에서 왔는지를 영화를 보는 우리는 좀처럼 짐작할 수 없다.
다만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를 돌보며 학교에 늦게 등교해 교장 선생님의 따가운 시선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존의 휘날리던 금발, 사뿐 사뿐 빈약한 어깨를 흐늘거리며 카메라로 사물을 담아내는 엘리아스의 상냥한 모습, 사랑스런 연인 나단과 캐리, 자폐적 공간에서 숨구멍을 찾으려 애쓰는 금붕어 같았던 아이 미셀, 그리고 요란스러우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숨기지 않는 브리트니나 니콜 같은 10대 소녀의 불안한 육체 등이 영화를 보고난 후 우리의 잔상에 뒤섞여 기억될 뿐이다.
아마도 이것은 이 영화가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던 “애도”의 한 방법이 아닐까?
그 아이들의 마지막 모습만이라도 기억하라고 하는.......

구스 반 산트는 아마도 이 비극적 사건에 대한 매스미디어의 피상적이고 호들갑스런 진단에 대해 못 마땅했던 것 같다.
섣부른 판단은 죽은 아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일 것이다.
그럼에도 사건의 본질을 영화 <엘리펀트>에서 더듬어 보고픈 이라면 생태적 삶속에서 멀어져가는 아이들의 불안한 일상성이 이 영화에 담겨져 있음을 놓쳐서 안 될 것이다.

이 시대 대표적인 생태적 삶의 이론가요 실천가인 윤규병 선생님은 언젠가 <실험실학교>라는 책속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늘어나는 청소년 범죄는 아이들을 점점 자연과 격리시켜 살벌한 시멘트 벽에 가두어 놓은 어른들의 범죄 행위에 대한 보복으로 보아야한다.”고. 

그런데 영화 <엘리펀트>에서도 보면 눈부시게 파란 가을 하늘과 햇빛, 넓은 운동장에서 생동감 있는 자연스런 몸과 몸의 부딪침, 편안한 웃음, 빙글빙글 하늘을 보며 웃음 짓는 행복한 자연과의 교감의 모습들을 잠시 보여준다. 그러나 아이들이 문을 밀치고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모든 사물들은 잠잠해지고 마치 죽음의 늪 속으로 빨려들어 가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복도를 식당을 오가며 지나치는 많은 아이들이 있지만 모두 혼자인양, 고독한 모습들이다.  때문에  자연 속을 거닐 때 큰 나무들이 그 아이의 보호자인양 푸근히 아이를 감싸고 있는듯하다가 아이가 서서히 언덕 밑으로 사라진 후의 왠지 느껴지는 그 쓸쓸함 마저 느끼게 되는 것도 마치 감독의 의도인 것 같다.  물론 모든 것을 한 쪽에서만 보면 안 되는 것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내 마음이 이미 한 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이다. 

얼마 전 10%대의 투표율로 서울시 교육감이 선출 됐다. 새 교육감은 열심히 뛰어놀아야할 초등학교에서마저 일제고사를 부활시키고 국제중학교와 특목고 자사고를 늘려 경쟁력 교육을 해야 한다고 공약을 내건 후보다. 그는 기막히게도 8학군 지역의 높은 지지를 받고 당선 되었다. 그의 당선으로 초등학생마저도 입시경쟁의 휘용 돌이 속으로 빨려들어 가게 될 것이고, 소수에게 허락 된 길을 위해 다수가 희생 될 것을 우리는 뻔히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사과나무를 심는 일이다.
“내일 지구가 망한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것이다”라고 외친 스피노자의 인간에 대한 깊은 고뇌의 흔적을 오늘 다시 공감하고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사과나무를 심자는 인류와 자연을 포괄하는 그의 윤리적 성실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불투명한 내일에  상관없이 온 인류와 생태적 삶에 대한  그의 상징적 몸짓이 많은 이들의 선택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TV 뉴스 화면 속에서 그 선택의 현장을 본다.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구실로 기막히게 잘 훈련 된 경찰 기동대를 투입하고 이번에야 말로 폭력 시위대를 철저히 색출하겠다는 무시무시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100일째 눈감고 귀 닫고 있는 통하지 않은 그들에게  아직도 그 염원을 포기하지 않고  촛불을 들고 조용히 폭우 속 청계천 변을 걷고 있는 올곧은 시민들의 모습에서.......

다행히 방학이어서 필름 너머서에 함께 할 수 있었던 지현과 석진, 하정, 또 회원도 등록해주시고 너머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함께 주신 강애란 선생님과  그 외의 여러 너머서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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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너머서 8탄 예고>

_제목 : 하나, 그리고 둘
_감독 : 에드워드 양
_출연 : 오념진 , 금연령, 켈리 리 , 조나단 창
_제작국 : 일본 , 대만
_상영 시간 : 173분
_줄거리 : 회사 중역인 엔제이는 어느 날 옛 애인인 세리를 만난다. 엔제이의 아내 밍밍은 어머니가 혼수상태에 빠지자 괴로움을 견디기 위해 수도원에 들어가고, 딸 팅팅은 친구의 애인에게 사랑을 느낀다. 또한 초등학생인 아들 양양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편 이성에 눈을 뜨게 된다. 혼수 상태에 빠진 어머니의 의식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가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단절된 가족인 이들은 어머니에게 건넬 말이 없다. 결국 이것을 계기로 이들은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데...
_상영날짜 : 8월 25일 오전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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