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과 2008년

일제의 폭압적인 통치가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당시 3000만 동포 중에서 150만 명을 헤아리는 친일부역자를 제외한 대부분은 아사 직전의 상태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급급했다고 한다. 징용, 징병, 정신대로 끌려가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당한 이들과, 국내에서 만주벌판에서 독립을 위해 스러져간 귀한 생명들은 셀 수조차 없이 많았다.
그때 인구대비 5% 가량에 달하는 친일부역자들은, 요즘으로 치자면 중상류층에 해당하는 우아한 일상을 즐겼다. 나머지 95%의 조선인들은? 기워입은 옷과 양말에, 헤어진 짚신에, 보릿고개에 시달렸고, 특히나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농민들은 일제가 강요한 비료값, 수리조합비, 80%에 달하는 소작료, 고리사채 등등 일제와 친일부역자들에게 그야말로 일년 내내 노예같은 삶을 강요당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일본말을 잘 하면 세련된 것이고 일본이름을 쓰면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습격하고 영국과 미국에 선전포고를 하기 전까지 두 나라가 일본의 조선지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독도 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가 일본령 식민지였다.

일제 통치에서 벗어나고 64년이 흐른 2008년. 여전히 영국과 미국은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으며,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독도영유권과 같은 외교문제는 거창한데다가 필자 능력밖의 일이므로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남한만 놓고 볼 때 개인소유 땅의 80% 이상을 5%의 부자들이 소유하고 있고, 상위 1%의 부자들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땅이 상징하는 자산의 양극화가 해방 후 60년을 넘도록 계속되고 있고,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2년 이래로 소득의 양극화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 소득의 양극화는 잘 사는 사람을 시샘하는 것이라 바라보는 시선이 있으므로 자유경쟁체제의 산물정도로 치자.
심각성은 치솟는 물가를 따라가지 못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빈곤층의 몫이다. 가구당 한달에 150만원 미만의 소득으로 살아가야하는 이들에게 2008년은 점점 끔찍해지는 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애고 어른이고 버스, 지하철, 어쩌다 타는 택시와 같은 대중교통요금은 아끼고 아껴본 들 한 달에 10만 원이다. 자동차 기름값을 내야 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의 서너 배의 부담을 안고 있다. 가족마다 각자 알뜰하게 쓴다한들 전화요금은 1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사교육은 꿈도 못꾸고, 헉헉대다가 보험과 적금은 하나 둘씩 줄여나가야 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도시에서 없이 못사는 전기와 가스 요금이 두자리수로 인상될 예정이다. 몇 년 전부터 뛰어오른 건강보험료, 국민연금을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수입이다.
이들에게 전국에 20만채나 널려있는 미분양 아파트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대도시 도심권에서는 아파트고 연립이고 반지하고 구분없이 내집을 살 꿈을 꿀 수가 없다.

그런데, 사정이 이렇다 한들 일제시대처럼 짐싸들고 만주로 갈 수도 없고, 어찌되었든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한다. 먹고 살려면 지출을 해야하고, 지출하기 위해 벌어들여야 하고, 벌기위해 무엇이든 해야하는 처지다.
개인소득 2만불 시대를 눈앞에 둔 한국사회 도회지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상황이 이렇다. 인구의 90%가 도시에 몰려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 양극화이다.
그리고 양극화는 총칼을 쓰지않고 사람사람의 일상을 파고드는 소비와 문화를 통해 위세를 떨치고 있다. 그것은 또 하나의 폭력이고 차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