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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기] 나마스떼, 인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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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beyondit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52회 작성일 08-07-0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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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가능하단 말이지!


홀로 델리 공항에 도착한 건 정확히 자정이었다. 허술하기 그지없는 입국심사와 낡은 공항 건물은 넓고 큰 나라 인도의 수도라는 선입견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후로 인도는 나의 상상력을 꾸준히 뛰어넘곤 했다. 두 시간을 기다려서 다른 팀원들과 만나 시내로 가는 택시를 타고 한참을 달려 내린 뉴델리역 앞의 풍경, 사이클리샤(자전거로 끄는 택시)의 좁은 좌석이나 길바닥에 누워 잠을 자는 사람들, 곳곳을 거니며 먹을거리를 찾는 개들, 수 십 마리 떼를 지어 잠자는 소들, 소똥과 쓰레기로 가득한 좁고 지저분한 거리는 한국을 포함하여 소위 중진국과 선진국의 대도시를 다녀본 경험으로는 수용하기 힘든 장면의 연속이었다. 애초에 이번 여행의 목적은 ‘보는 것’이 아니라 ‘잠기는 것’이었는데, 델리, 자이푸르, 아그라, 바라나시 등의 도시와 그곳 사람들의 모습은 가깝게는 떠나기 전의 나를, 멀게는 우파니샤드 철학을 처음 배웠던 이십 몇 년 전부터 쌓아온 온갖 지식과 정보와 느낌을 밑바닥부터 흔들어댔다. 뭄바이나 델리의 신시가지처럼 낯익은 빌딩과 넓은 도로, 깨끗한 지하철을 먼저 보았다면 이러지 않았을 터인데.
며칠 간 40도를 오르내리는 뜨거운 더위로 혼미해진 정신과 몸은 힌두교 최대의 성지라는 바라나시(힌두어로는 와라나씨라고 했다.)의 갠지스강가에 와서 극에 달했다. 항상 번잡하다는 갠지스 강 주변은 델리보다 더 더럽고 복잡했다. 나의 몸은 고열과 기침과 설사 그리고 솟아오르는 땀띠로 반응했고, 머리와 가슴은 충격으로 약간의 진공상태에 들어갔다. 함께 간 팀원 중 한 명은 실망과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고, 다른 한 사람은 아예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들의 솔직한 말은 나의 아픈 몸 상태와 일치했으나, 생각은 좀 달랐다. 갠지스강물에 발을 담그고 더 잠겨보자. 다음 날 새벽, 배를 타고 갠지스 강을 오르내리며 불타오르는 화장터의 연기와 그 주변에 떠다니는 검은 재를 보고, 그 옆에서 빨래하고 낚시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그 주변에서 목욕하고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산자와 죽은 자가 함께 하는 것일까? 그때까지 스쳐온 인도의 골목과 거리가 꼬리를 물었다. 소와 개와 염소와 쥐와 함께 지내는 그들, 시골은 말할 것도 없고 바로 도시에서! 살생하지 아니하고 인간이 아닌 다른 종과 공간을 먹거리를 삶을 공유하는 사람들, 이게 가능하단 말이지!
몇 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개발된’ 도시에서 살아온 내 모습이 비교되기 시작했다. 개미 한 마리 모기 한 마리가 싫다고 집안 곳곳에 발라대는 살충제, 진흙탕이 나쁘다고 도시 전체를 덮어씌운 아스팔트와 시멘트, 맛있게 잘 먹겠다고 식탁위에 올리는 붉은색 고깃덩이, 비닐봉지와 깡통으로 포장된 ‘위생적인’ 먹거리, 시간이 아깝다고 소모하는 기름과 값비싼 자동차..... 헌데 이곳 사람들은 그런 것 없이, 십분의 일, 백분의 일의 비용으로 살아가고 있다. 서울은 뉴욕이나 로마보다 안전하고 평화적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서울은 델리나 바라나시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력적이고 불안한 건 아닐까. 나는 품위를 유지하고 위생적으로 오래 살기 위해 혹시 무언가를 파괴하고 죽이면서 이기적으로 난폭하게 살아온 건 아닐까.
내가 본 인도사람들은 뛰지 않았다. 사람뿐 아니라 소도 개도 쥐도 달리지 않는다. 화를 내고 다투는 모습은 더더욱 찾기 힘들다. 여유와 진지함은 곳곳에 넘쳐흐른다. 가난으로 팍팍해 보이는 사람들이, 한국에서는 미물취급을 받는 짐승들이 어떻게 훨씬 잘 사는 서울사람들보다 느긋하고 웃고 친절할 수 있는 것인가. 인도사람들이 좋아서 세 번째 왔다는 미국청년, 매년 서너 번 온다는 보스니아 사람, 아예 게스트하우스를 차려놓고 매일 무료급식을 하는 일본사람, 일 년 중 세 달을 인도에서 보낸다는 한국사람, 그들이 왜 그러는지 어렴풋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라나시를 떠나 네팔로 떠나는 날, 어느 새 몸은 고통과 친해진 것인지 가뿐해지고, 영혼은 깊은 잠에서 깨어 새벽을 맞는 경이로움에 취해 있었다. 



                                                                                                                    * F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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