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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걸음] “지역의 걷고 싶은 길을 함께 걸으면서 평화를 생각하고, 이를 몸으로 익히는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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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beyondit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127회 작성일 08-06-0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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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걷고 싶은 길을 함께 걸으면서 평화를 생각하고,

이를 몸으로 익히는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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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너머서 평화걸음에는 이렇게 멋진 뜻이 담겨 있더군요.
무엇보다 “도심속의 옛길 찾기”라는 주제가 저의 신명을 건드렸기에, 첫번째 평화걸음에 기꺼히 참여했습니다.
박현이 선생께서 찾아 내신 “부암동” 일대, 그 기품있게 늙어가는 동네의 편안한 정경에 반한 나머지 몇마디 감탄사를 주절 거렸을 뿐인데, 너머서의 몇몇 벗들께서 저를 두번째 평화걸음을 안내할 적임자로 덜컥 지목하시더군요.

당혹스러웠습니다.
“부암동”처럼 흙속의 진주를 발굴할 안목은 예시당초 없는지라. 많은 이들이 익히 알고는 있지만 선뜻 시간을 내어 찾아 보기 힘든 곳을 두 번째 평화 걸음의 발자취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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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낙산-대학로-성대 뒷산으로 이어지는 서울 동쪽 성곽길을 선택했습니다.
당연히 사전 답사부터 들어갔습니다.
말이 서울 도성의 성곽이지, 600년전 세종 때 완성하고는 거의 증.개축이 없었던 성벽들...
놀랍게도 단 한번도 외적과 싸우는데 사용된 적이 없었던 이 오랜 수도의 성곽들(조선의 군주들은 적군, 반군이 들어오면 도성을 비워 두고 강화도나 남한산성으로 피신해야 했습니다)은 그나마 일제 이후에는 군데 군데 몸통이 잘린 채 신음해야 했습니다.

70년대 중반부터 박정희 정부가 성곽을 복원하기 시작했고, 그 후 민선 서울 시장과 구청장들이 시민들이 접근하기 쉽게 이 곳을 산책길로 잘 다듬어 놓았습니다.
개발 독재의 전시 행정과 민주화 시대의 생활 문화 정치가 나름대로 잘 만나 좋은 결실을 맺은 곳이 서울 성곽길이라고 할까요.

이번 “평화 걸음”에서 좀 걱정스러웠던 것은 낙산 성곽과 성북동 성곽 사이에 저리 잡고 있는 대학로라는 존재였습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이 “청춘과 욕망의 해방구”를 뚫고 전통과 유서 깊은 성곽 길을 되새긴다는 것은 어딘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전 답사를 가보니 대학로가 다 똑같지 않았습니다. 상업 자본에 의해 점령된 임대료 비싼 중심가를 벗어나 인근 동네에 문화적 아지트를 틀며 침투하는 청년 문화의 바이러스들을 발견할 수 있었죠.
그래서 “오프 대학로” “오프,오프 대학로”라는 어줍쟎은 별칭을 붙여 보았습니다.
동숭동 윗 동네골목길에 오밀 조밀 자리 잡은 공연장, 옷가게, 출판사, 음식점과 담벼락에 붙어 있는 엉성한 철제부조에서 서민지역에 쳐들어온 대학로 문화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구요.

무엇보다 은행나무의 웅장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성균관대 명륜당을 둘러볼 수 있었다는 것도 행운이었습니다.
마침 전통 혼례가 거행되고 있어서 우리의 전통적 문화 유산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구요.

이날 참가한 “너머서” 열한명의 사람들에게 비교적 힘든 길이 있었다면 성대 뒷산을 타고 성북동 쪽 성곽으로 오르는 길이었겠죠.
대부분의 회원들이 힘든 탓인지 조용히 침묵하며 오른 길이었습니다.
말없이 묵상하며 잊었던 몸과 마음을 되새기는 것이 “평화 걸음”의 중요한 목적이라면, 아마 그 값을 충분히 치룬 길이 아니었을까요.

성북동 성곽을 내려온 후 우리밀 국시집에서 주린 창자를 채우며 이날 “평화걸음”의 일정은 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정에도 없던 “최순우 고택”을 들여다보게 된 것도 좋았구요.
국립박물관장을 지내셨던 고인께서 말년을 보낸 이 고택은 근대적 효율성과 깔끔함을 잘 적용한 일제 시대 우리 전통 한옥의 면모를 잘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이날 “평화걸음”을 주관하면서 안타까운 것은 이날 따라 스모그의 영향으로 서울의 시계가 너무나 흐릿했다는 것, 그래서 낙산 공원에서 저 멀리 관악과 청계산, 그리고 북쪽의 북한산 연봉과 수락, 불암의 봉우리들을 헤아릴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서울이 얼마나 매혹적인 자연 풍수 속에 자리 잡고 있는지 한눈에 알아 볼 기회를 놓쳐 얼마나 아쉬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떻습니까?
이날 모인 “너머서”의 얼굴들이 짧은 시간이나마 공간의 기억을 공유하며 마음과 느낌을 충분히 나누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족합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끼리는 원래 자연스런 신뢰와 공감이 싹트기 마련이죠.
전미옥 대표님, 박현이 위원 부부, 너머서 간사들과 해맑은 너머서의 젊은 친구들..,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로운 영혼들이여...
다음 “평화걸음”에서 꼭 다시 만나기 바랍니다.


-백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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